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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년 고졸 인생

넘들은 쉽게도 가는 대학, 나는 전기, 후기, 전문대까지 다 낙방했다.
 
공부도 부족했지만 사실 나를 더 크게 붙잡고 있던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학교 공부의 정해진 틀이 싫었다. 특히 국영수가 싫었다.
그 중요성도 필요성도 몰랐다.
그 시절 내게 더 중요했던 것은 친구들과 노는 일, 그리고 음악이었다.
 
돌이켜보건대 나는 그때 그냥 놀게 놔두는 게 더 옳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난 그때 공부할 때가 아니었다.
오히려 50대 중반이 된 지금이 공부하기에 모든 것이 알맞은 때이다.
 
아무튼 그때 겉으론 포기한 척했지만 속으론 붙고 싶었다. 그야말로 인지부조화다.
내신 성적 10/10등급에 시험공부를 안 했는데 점술사 처방이 무슨 소용이겠냐많은
당시 엄마와 영은당이라는 영등포의 한의원 겸 점집에 가서 처방을 받기도 했다.
당일 빨간색 계열 옷을 입고, 집 앞의 흙을 가져다가 시험 보는 학교 운동장에 뿌리라 해서, 혹시 누가 볼까 쪽팔림을 무릅쓰고

대학교 운동장 구석에 비닐봉지에 싸 갔던 흙을 후딱 뿌리고 교실로 들어간 기억이 난다.
 
예상대로 합격자 명단엔 내가 없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떨어지고 나서도 나는 '고졸'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한번 정해지면 뒤잡을 방뻡이 없는 노비문서 같은 내신 등급 앞에서 나는 점점 화가 났다.
그 상태로 어쩌다 보니 50살 넘게 살아온 것이다.
 
말이 아무리 정돈되어도 제도권의 인정이 없으면 넘들에게 무시당하고
글이 아무리 정확해도 공인된 증명서가 없으면 구조는 그 사람의 존재를 모른다.
 
세월이 흐른 지금, 공부의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지금도 챗봇과 매일 대화하며 지식을 수집한다.


학위 없이도 지식은 습득되고 사고력은 훈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학력을 무시할 수 없다.
지식은 많인에게 열렸지만, 자격은 여전희 닫혀 있다.
 
이 글에서조차 나는 나의 '자격'과 싸우고 있다.
내가 작가를 꿈꾸는 것은 화려한 등단이나 명성보다, 이 시스템의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보고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과대평가된 학벌에 어떻게 입시 한번으로 무임승차해서 평생 목에 심주는 사람들
고학력 관료의 정책 실패와 부패
엘리트 언론인의 왜곡 보도
전문직의 비리와 무능
학벌이 높을수록 권한과 함께 커지는 면죄부

......

학벌이 실력도, 인성도, 사회 기여도 보장하지 못한 사례는 이미 차고 넘친다.

 

나는 계속 쓰고 말할 것이다.
그 잘난 학력이라는 허점투성이 잣대로 사람을 마구 걸러내는 현실
그것에 항의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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