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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움직이는 힘 – 시각권력
Georgy Cabali
2025. 5. 13. 19:06
1. 시각은 권력이다.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나 그 눈으로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보도록 허용되었는가?
이 질문은 곧 시각권력의 본질을 겨눈다.
보이고 읽히는 모든 정보 – 이미지, 텍스트, 상징, 몸짓, 프레임, 구도, 동선 – 이 모두가 우리의 현실 인식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 결정은 개인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조가, 권력이 만든다.
무엇이 ‘보이도록 허용’되었는가, 무엇이 ‘보이지 않게 삭제’되었는가는 결국 권력의 문제다.
다시 말해, 시각은 곧 정치다.
정치란 단지 제도를 운영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각을 설정하고 사회적 인식의 경계를 결정짓는 힘이다.
정치란 단지 제도를 운영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각을 설정하고 사회적 인식의 경계를 결정짓는 힘이다.
2. 시각권력의 역사적 전개
시각권력은 시대마다 그 매개와 방식이 달랐다.
중세의 종교적 도상(圖像, icon)은 신의 권위를 시각화했고, 인쇄술은 텍스트를 통제가 용이한 시각 저장소에 담았다.
사진은 기억 이미지를 고정시켰고, 영화는 거기에 맥락을 부여했으며, 텔레비전은 일상을 국가적 프레임으로 흡수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이미지를 정보로 환원했고, 인공지능은 이미지 생산 자체를 자동화하고 있다.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언제나 기술의 진보와 맞물려 권력화되어왔다.
3. 현대의 시각 통제 장치들
오늘날 언론은 전체를 전달하지 않는다. 그것은 장면을 연출하고 감정을 자극한다.
시위 보도의 카메라 앵글 하나가 폭도를 만들고, 시민을 삭제한다.
SNS는 자발적 시선 유도의 장이다.
여성은 스스로의 미모와 소비, 삶의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며 존재를 브랜딩하고, 남성은 이를 소비한다.
이런 구조는 곧 스스로의 객체화이자, 감각 설정에 대한 복종이다.
잡지와 패션 산업은 여성의 몸을 특정 기준에 맞춰 훈육한다.
‘예뻐 보이는 법’은 미의 기준이 아니라 통제의 기술이다. 표현이라 보이겠지만, 실은 조정당한 결과다.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의 응시 시점으로 감각을 편집하여
여성의 쾌락은 삭제된채 증명물로 대체되며, 대상화된 신체만이 반복된다.
CCTV는 보는 사람이 없어도 ‘보여지고 있다’는 자각만으로 통제를 유도한다.
감시는 장치가 아니라 내적 감각이다. 즉, 감시는 내부화되고
‘나는 누군가에게 노출돼 있다’는 감각이 스스로를 통제하게 한다. 완전히 푸코의 판옵티콘이론에 부합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노출돼 있다’는 감각이 스스로를 통제하게 한다. 완전히 푸코의 판옵티콘이론에 부합된다.
4. 기술의 진화와 감각의 재편
기술은 감각을 바꾼다.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딥페이크는 '본 것'이라는 확신 자체를 조작한다.
필터 앱은 스스로의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에 개입하며, VR과 AR은 공간 감각을 재편한다.
감각은 이제 몸의 직접 경험이 아니라, 시스템이 설계한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
감각의 외주화, 이것이 기술 시대의 시각권력이다.
5. 수용자의 복잡한 내면
시각 질서에 순응하는 듯 보이는 개인 내부에도 균열은 존재한다.
수용자는 단순한 객체가 아니다. 어떤 이미지는 전유되고, 왜곡되며, 무의식적으로 저항받는다.
브랜딩된 자아 속에서도 피로, 혐오, 거부의 흔적이 드러난다.
‘예쁘게 보이기’는 감각적 의무인 동시에 감정적 폭력이다.
수용자는 해석하는 존재다. 이는 시각권력에 대한 침묵 속의 반격이기도 하다.
6. 권력은 단일하지 않다
정치는 시선을 제한하고, 감각을 배분하며, 보이는 것의 규칙을 만든다.
교육은 시선을 훈련시키고, 문화정책은 특정 이미지를 예술로 승인한다.
법은 어떤 이미지를 불온하다고 규정하고, 언론은 무엇을 ‘프레임 안에 넣을 것인지’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 권력은 비선형 非線型 이다.
국가는 물론 자본, 플랫폼, 미디어, 기술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과 경합 속에서 시각질서는 형성된다.
통제는 협의되고, 질서는 경쟁한다.
7. 저항하는 감각들
그러나 시각권력은 완전하지 않다.
다큐멘터리 영상, 시민 저널리즘, 사회운동 속 이미지 활용, 전복적 예술은 감각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해방된 시선, 재해석된 이미지, 다르게 보기의 기술은 새로운 감각 질서를 만든다.
감각 선택의 주체가 교체되는 순간, 권력의 구조도 재편된다.
다수의 관찰자는 통제 불가능성을 확장한다.
저항은 늘 이미지의 프레임 밖에서 시작된다.
8. 결론: 감각을 설계하는 자, 세계를 움직인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보이도록 설정된 세계’ 안에 살아간다.
그리고 그 설정값을 누가 정했는지를 묻는 순간, 비로소 권력은 드러난다.
시각권력은 곧 지배의 기술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이미지이며, 그 이미지를 조율하는 손이 진짜 통치자다.
그러나 동시에, 비판적 시선의 개입 또한 존재한다.
그것이 ‘본다’는 행위의 정치성이다.